배젖
배젖은 종자식물의 씨앗을 구성하는 조직 중 하나이다. 밑씨 안에서 발육해서 다시 식물이 되는 배(胚: embryo)와는 다른 조직이며 발아했을 때 배의 성장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배젖은 종자식물의 암컷 배우체인 배낭이 변화해서 되는 내배유와 배낭 이외의 주심조직 등이 변화해서 되는 외배유(外胚乳: persperm), 또는 주배유(周胚乳)로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내배유를 곧 배젖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럴 경우 외배유는 내배유의 변형으로 받아들인다.
겉씨식물의 배젖
일반적인 겉씨식물은 1차배젖이라고 하는 내배유 구조를 가진다. 이 구조는 속씨식물의 배젖 구조와는 발생학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겉씨식물에서는 배젖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겉씨식물에서는 암꽃의 밑씨 안에서 생식세포분열을 거쳐 핵상이 n인 배우체가 나타난다. 이 겉씨식물의 배우체를 예전에는 배낭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렇게 잘 부르지 않는다. 이제 배우체 안에 난세포(卵細胞: egg cell)가 형성되면 그 이외의 조직이 배젖이 된다. 일반적인 경우에 겉씨식물의 암꽃에서 수분이 일어난 직후에는 배우체가 성숙하지 않아서 곧바로 수정이 일어나지 않고, 수개월을 거쳐 꽃가루에서 화분관이 형성되며 이와 함께 암배우체가 성장한다. 꽃가루와 암배우체가 모두 성숙하면 수정이 행해지며 이 때 배젖 역시 일반적인 씨앗 크기로 성장한 상태가 된다. 수정란은 이 배젖 조직에 묻힌 상태로 배(胚)가 될 때까지 성장한 후 일단 휴면상태에 들어갔다가 발아할 때 배젖에서 양분 공급을 받아서 다시 성장한다. 겉씨식물에서는 핵상 n을 가지는 암배우체 자체가 배젖이 되기 때문에 1차배젖이라고 하며, 근본적으로 양치류의 암배우체와 거의 비슷한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속씨식물에 비해 더 단순한 방식으로 간주한다.
속씨식물의 배젖
속씨식물은 2차배젖이라고 하는 내배유 구조를 가진다. 일단 속씨식물은 배낭 자체가 겉씨식물에 비해 매우 작다. 배낭 안에는 1개의 난세포와 2개의 조세포가 있으며 그 이 세 세포의 반대쪽에 본질적으로 겉씨식물에서 암배우체와 같은 3개의 반족세포가 있다. 또한 배낭 중앙에는 2개의 극핵으로 만들어진 중심세포(中心細胞: central cell)가 있다. 속씨식물에서는 수분이 일어난 후 꽃가루에서 뻗어 오는 화분관에 2개의 정핵(精核: sperm cell)이 있고 이 중 하나는 난세포와 수정하여 수정란이 된 후 배로 성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정핵은 2개의 극핵과 수정하여 3n의 핵상을 가진 세포가 되며, 이것이 바로 배젖으로 성장한다. 속씨식물은 이런 식으로 두 번의 수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현상을 중복수정이라고 한다. 속씨식물에서는 이렇게 수정을 거쳐 새로이 배젖 조직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2차배젖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여 씨앗이 완성되면 배와 배젖의 성장은 일단 멈추고 발아할 때 배젖에서 양분을 받아 배가 성장하게 된다. 어떤 2차배젖은 극핵 이외에도 난세포나 반족세포를 이용하여 형성되기도 한다.
외배유, 무배유 식물
외배유는 수련과, 석죽과, 후추과, 명아주과 같은 일부 속씨식물에서 나타나는 배젖 형태를 말한다. 본래 식물 해부학으로 봤을 때 배낭 안에 배젖이 생기는 내배유와 구분하는 차원에서 외배유, 또는 주배유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속씨식물의 2차배젖이 일단 만들어진 후 발생 도중에 퇴화하여 없어진 후 배낭을 보호하고 있는 밑씨 조직인 주심(珠心) 일부가 발달하여 2n의 배젖을 형성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때문에 현재는 일종의 변화된 배젖으로 간주한다. 또한 이런 식으로 속씨식물의 2차배젖이 퇴화하는 식물 중에서는 아예 배젖 구조 자체를 가지지 않는 무배유 식물도 있다. 이런 식물은 콩, 밤, 해바라기 등이 대표적으로 이 식물들은 배젖이 없는 대신 배 구조의 일부인 떡잎에 양분을 저장한다. 또한 어떤 난초과 식물은 씨앗에 양분을 저장하는 구조가 없어서, 이 씨앗은 특정한 균류의 균사체와 공생하여 발아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