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llyfish ]
해파리는 대체로 투명하며, 갓 둘레에 많은 촉수를 가지고 있다. 촉수에는 자세포(쏘기세포)가 있어 동물분류학상 자포동물(刺胞動物)문에 속한다. 젤리 같은 몸을 가져서 영어로는 젤리피시(jellyfish)라 부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해파리를 ‘해타(海鮀)’라 하고, 속명을 해팔어(海八魚)라고 하였다. 해타는 바다의 모래무지란 뜻이다. ‘타’는 뱀을 뜻하기도 하는데, 길게 늘어진 촉수가 뱀처럼 보여 붙은 이름일 듯하다. 속명 해팔어는 해파리 발음을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는 구라게(くらげ)라고 한다.
그림 1. 갓 둘레에 촉수를 가진 해파리(출처: 김웅서)
목차
해파리 형태
해파리는 크기가 1~2㎜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종류도 있지만, 1m가 넘는 큰 종류도 많아 해수욕장에서도 흔히 눈에 띈다. 해파리 모양은 종, 접시, 우산을 닮은 것 등 다양하며, 몸이 방사대칭인 특징이 있다. 갓 주변에는 많은 촉수가 있으며, 이것을 사용하여 먹이를 잡아먹는다. 해파리는 해면동물에 이어 다세포동물 가운데 가장 하등한 동물이다. 고등동물이 가지고 있는 호흡기관, 순환기관, 소화기관이 없어 몸 구조가 단순하다. 몸에 강장(腔腸)이라 불리는 빈 공간이 있어 이곳에서 소화와 호흡 등 생리작용이 일어난다. 그래서 예전에는 강장동물로 분류하였다. 해파리 몸의 95% 이상은 물로 이루어져 있어, 물 밖에서는 원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해파리가 속하는 자포동물에는 말미잘, 산호, 히드라 등이 있다.
해파리 종류
해파리는 크게 해파리강(Scyphozoa), 히드로충강(Hydrozoa), 상자해파리강(Cubozoa), 십자해파리강(Staurozoa)으로 나뉜다. 해파리강은 전형적인 해파리 무리로 모든 생활사를 플랑크톤으로 보내며, 몸은 사방사대칭이다. 해파리강에는 200여 종이 있으며, 1,000~1,500종에 달하는 히드로충강에 비하면 종 숫자가 훨씬 적다. 해파리강은 관(冠)해파리목(Coronatae), 근구(根口)해파리목(Rhizostomeae), 기구(旗口)해파리목(Semaeostomeae)으로 세분된다. 기구해파리목에 속하는 보름달물해파리(Aurelia aurita)는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발견되는 흔한 해파리다. 상자(또는 입방立方)해파리강과 십자(十字)해파리강은 예전에는 해파리강에 속하는 목으로 분류하였다.
그림 2. 보름달물해파리(출처: 김웅서)
히드로충강에 속하는 해파리는 저서생활을 하는 다양한 히드로충의 생활사 가운데 부유성 유생 시기가 있는 히드로메두사(hydromedusae) 종류와 전 생활사를 플랑크톤으로 지내는 관(管)해파리(siphonophores) 종류가 있다. 히드로충강 분류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대표적인 해파리는 앤도메두사, 렙토메두사, 림노메두사, 트라키메두사, 나르코메두사 등의 종류가 있다. 히드로메두사는 히드로충의 폴립(polyp)에서 떨어져 나와 크기가 아주 작으므로 현미경이 있어야 관찰할 수 있다. 앤도메두사(Anthomedusae)는 종 모양이며, 촉수 숫자가 많지 않고 감각기(statocyst)가 없는 대신 둘레에 감각기관인 안점을 가지고 있다. 렙토메두사(Leptomedusae)는 일반적으로 접시 모양으로 납작하며 감각기를 가지고 있고 촉수가 갓 주변에 많다. 림노메두사(Limnomedusae)는 앤도메두사나 렙토메두사와 비슷하나 방사관이 갈라져 있고, 그 끝에 촉수가 달려 있다. 트라키메두사(Trachymedusae)는 반구 모양이며 외양에서 발견된다. 나르코메두사(Narcomedusae)는 흔하지 않은 종류로 갓의 아래 부분에 물결무늬가 있으며 넓은 연막(velum)을 가지고 있다.
관(管)해파리는 일생 동안 부유생활을 하는 히드로충으로 전 수층에서 발견된다. 관해파리는 여러 모양의 히드라 형태와 메두사 형태가 군체를 이루고 있으며, 히드라 형태에는 섭식을 하는 것, 감각기를 가진 것, 생식을 하는 것 등 서로 다른 모양의 3가지 형태가 있다. 군체는 무성생식을 통해 출아가 생겨나서 형성된다.
해파리 생태
해파리는 수중에서 알과 정자를 내어 번식하며 수정된 알은 짚신처럼 생긴 납작하고 섬모가 많이 난 플라눌라(planula) 유생이 된다. 플라눌라는 폴립(polyp) 형태의 부착성 개체로 자라며, 여기서 메두사(medusa) 형태의 부유성 해파리가 만들어진다. 해파리 생활사는 종류에 따라 다양하고 복잡하다.
해파리는 촉수에 있는 자세포로 먹이를 마비시켜 잡아먹는다. 촉수에 먹이동물이 닿으면 작살같이 생긴 자세포가 발사되어 먹이동물을 찌른다. 이때 독성분이 주입되고 쏘인 동물은 마비된다. 해파리는 마비된 먹이를 몸 안에서 소화시킨다. 큰 해파리들은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하며, 작은 해파리는 동물플랑크톤을 주로 먹는다. 식성은 성장하면서 바뀌기도 한다. 보름달물해파리의 에피라(ephyra) 유생은 규조류나 편모조류를 먹고, 작은 메두사가 되면 요각류와 지각류 같은 작은 갑각류 플랑크톤을 주로 먹는다. 대신 해파리는 바다거북이나, 개복치, 병어, 쥐치 등의 먹이가 된다. 해파리 촉수를 보금자리 삼아 공생하는 돔 종류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는 해파리 독에 면역성이 있어 해를 입지 않는다. 물고기는 포식자로부터 안전한 장소를 제공받는 대신 먹이를 유인해 해파리에게 제공한다.
위험한 해파리
고깔해파리(부레관해파리 Physalia physalis)나 바다의 말벌이란 별명을 가진 상자해파리(Chironex fleckeri)는 맹독을 가져 위험하다. 고깔해파리는 길이가 10m나 되는 긴 촉수를 가지고 있고, 촉수의 자세포에는 파이살리톡신(physalitoxin)이라는 독이 있다. 이 밖에 해파리가 가진 독성분은 칼라노이드계 물질로 탈라신(thalassin), 콘제스틴(congestin), 하이포톡신(hypotoxin) 등이 있다. 고깔해파리에게 쏘인 곳은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하다. 복통, 두통, 구토, 식은땀이 나며 마비 증세가 온다. 고깔해파리는 지중해나 열대 해역에서 주로 발견되고 우리나라 동해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자해파리는 고깔해파리보다 강한 독을 가지고 있다. 상자해파리에 쏘인 자리는 화상을 입은 듯 보이는 상처가 생긴다. 쏘이면 호흡이 곤란해지고 심장박동이 느려지거나 멈추어 몇 분 안에 사망한다. 상자해파리 촉수 길이는 4~5m가 되지만, 가늘고 투명하여 물속에서 촉수를 보기는 힘들다. 촉수의 자세포가 아주 짧아 다행히 잠수복을 뚫지 못한다. 지금은 상자해파리에게 쏘였을 때 사용하는 해독제가 개발되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림 3. 부레관해파리(출처: 김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