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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마태복음 2024. 6. 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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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넙치)
바다 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납작 엎드리다


제주도 해역 모래 바닥면에 광어 한 마리가 납작 엎드려 있다.

광어(Paralichthys olivaceus)는 가자미목 넙칫과에 속하는 어류이다. 넙치가 표준말이고 광어가 사투리였지만 광어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리면서 광어도 표준말로 대접받게 되었다. 넙치라는 이름은 넓적한 생김새에서 파생된 말이며 광어는 廣(넓을 광)자에 魚(물고기 어)자를 붙여 만들어졌다. 광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횟감 중 하나이다. 고기 맛이 좋은데다 대량 양식에 성공하면서 대중화된 결과이다. 그런데 광어회를 좋아하기는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당시 생포된 승조원 이광수는 체포 후 심문과정에서 심경의 변화를 알리며 ‘광어회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 또한 2001년 5월 위조여권을 소지한 채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강제 추방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도 몰래 일본으로 들어갈 때면 광어회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바닷속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신
저서성 어류인 광어의 몸은 바다 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납작하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바닥면에 배를 붙이며 지내며 체색은 바닥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 황갈색의 보호색을 띤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바닥면의 상태와 색에 따라 자신의 몸의 질감과 체색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모래 바닥에 있을 때는 몸의 무늬를 모래 색깔과 질감에 맞추고, 자갈 바닥에 있을 때는 자갈의 색깔과 질감에 몸의 무늬를 맞출 수 있다.

광어는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어 중국에서는 비목어(比目魚)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어날 때는 머리 양측에 한 개씩의 눈이 있고 다른 물고기와 같은 방법으로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치지만 성장하면서 눈이 한쪽으로 몰리고 삶의 터전도 바닥으로 옮겨간다.



바닥면의 색과 질감까지 그대로 흉내낸 광어는 집중력을 가지고 관찰하지 않으면 찾아 보기가 힘들다.

자연상태에서는 1m 까지 자라기도 하는데 보통 암컷이 수컷에 비해 10cm 정도 더 크다. 낚시로 잡은 최대어는 아마추어 낚시꾼 나도산(67세·부산 사하구 괴정동)씨가 2007년 5월30일 부산 영도구 태종대 생도 넓적바위에서 잡은 111cm(무게 17kg)가 현재까지 기록이다. 광어 몸의 가장자리에는 다소 단단한 지느러미가 있으며, 등 쪽에는 77~81개, 배 쪽에는 59~61개 정도의 뼈가 지느러미로 나와 있다. 입이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발달해 있으며, 아래턱이 위턱에 비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어린 시기에는 작은 새우류나 다른 물고기의 치어를 먹으며 살다가 몸집이 불어나면 갑각류나 연체동물류 또는 작은 어류를 잡아먹고 산다.


전남 가거도를 찾았을 때다. 식당 주인이 50cm 남짓한 대형 광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제철 광어
미식가들은 산란기를 맞기전 영양분 비축으로 살이 도톰하게 오른 겨울광어의 담백한 맛을 즐긴다. 봄에 산란기를 맞는 광어는 산란 후에는 영양분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맛이 크게 떨어져 ‘3월 광어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속담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광어가 양식되기 전의 이야기이다. 최근에는 양식기술이 발달하여 연중 알과 정자를 얻을 수 있어 산란기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광어의 대량 양식법이 개발되면서 서민들도 부담 없이 광어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자연산만이 전부이던 시절 광어는 대단히 귀한 물고기였다. 자연산만을 고집하는 미식가 중 입맛으로 자연산을 구별해 낸다고들 하지만 사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잡힌 지 오래된 자연산 광어는 수족관 안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스트레스로 양식 광어보다 육질이 떨어질 때도 있다. 굳이 구별한다면 양식 광어는 배 밑면에 푸른색 이끼가 있는 반면 자연산은 배 밑면에 이끼가 없고 흰 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양식 광어가 사람이 뿌려주는 사료를 먹고 성장하기에 이빨이 잔잔하고 고르다면 자연산은 약육강식의 야생에 적응하느라 이빨이 크고 불규칙적인 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자연산을 구별하는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큼직하게 장만한 광어회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광어의 제철은 겨울로 알려져 있지만 양식이 대중화되면서 제철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졌다.


광어회는 해삼 창자 젓갈과 잘 어울린다. 전남 가거도를 찾았을 때 어민들이 홍합껍데기에 젓갈을 담아 광어회와 함께 내왔었다.

수중 사냥 금지
광어는 우리나라 연근해 수심 20~40m의 바닥에 넓게 분포해 있다. 바닥면과 구별되지 않은 보호색을 띠고 납작하게 엎드려 있어 경험이 많지 않은 다이버들은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력을 가지고 바닥면을 살펴보면 보호색으로 위장한 광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면 광어는 돌출된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며 잔뜩 긴장한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비행접시가 날아가듯 ‘휙~’하고 자리를 피한다. 다른 물고기처럼 공간을 3차원으로 이용하지 않고 거의 수평이동만 하기에 도망간 방향을 따라가면 멀지 않은 곳에서 다시 납작 엎드려 있는 광어를 다시 찾을 수 있다.


바위틈 사이 바닥면에 납작 엎드린 문치가자미의 모습이다. 숨은 그림 찾듯 사진 속에 숨어 있는 문치가자미를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쿠버 다이버들의 수중 사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몇 년 전 자신의 블로그에 작살로 잡은 광어 사진을 올렸다가 법적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낚시로 잡는 것은 무관하면서 작살로 잡는 것은 불법으로 처벌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스쿠버 다이버 동호인들을 둘러보면 수중 사냥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또한 대부분의 스쿠버 다이버들은 작살이나 채집망을 들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우호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만큼 스쿠버 다이빙 문화도 과거 채집과 수중사냥에서 관찰과 경험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수중사냥을 허용한다면 가장 많이 희생될 어종이 광어일 것이다. 바닥에 넓적하게 배를 깔고 누워 있는 광어는 아주 만만한 표적이 되어 작살 뿐 아니라 다이빙 칼만으로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살을 든 스쿠버 다이버가 수중 사냥에 나서고 있다. 허가 받지 않은 해역에서의 수중사냥은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광어(넙치) - 바다 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납작 엎드리다 (이미지 사이언스,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