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무용, 발레 |
목차
1. 인류와 함께한 춤
무용은 가뭄과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와 그로 인한 기아와 죽음 등 불가항력적인 자연 현상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려는 원시 종교 의식에서 비롯됐다. 인류의 탄생과 함께한 이런 종교 의식은 '액막이' 성격이 강했다. 서양 예술의 젖줄인 고대 그리스 디오니소스 축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무용의 특성으로 여겨지는 '회전(舞)'과 '도약(踊)' 등이 음악에 맞춰 이뤄졌다. 로마와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도 무용은 여전히 종교의 우산 아래에 있었다.
이처럼 의식의 춤이던 무용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무용이 차츰 종교에서 멀어지면서 여흥과 오락의 기능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귀족들이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는데, 아직 무용이 '함께 추는 춤'과 '감상하는 춤'으로 분화되지 않은 때라 귀족들 자신이 춤의 주체였다. 이런 전통은 발레의 기원이 된 궁중 무용에서도 지속됐다. 오늘날과 같은 무대 중심의 '감상하는 춤'은 19세기 이후 시민 사회의 형성과 맥이 닿는데, 이때부터 예술이 시민들의 대리 만족의 대상이 됐다.
어엿한 예술 장르로서 극장 무용의 출발점이 된 발레는 16~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프랑스 왕비 카트린 드메디시스가 이탈리아의 궁중 무용을 들여온 데서 유래했다.
카트린의 남편 앙리 2세는 아내의 청을 받아들여 이탈리아의 예술가들을 프랑스로 데려와 궁정에서 가장무도회를 열도록 했다. 이 궁중 연희 형식으로 이뤄진 가장무도회가 발레의 기원이다.
귀족들이 가면을 쓰고 나와 서로 짝을 맞춰 춤을 추다 서로 가면을 벗고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끝나는 가장무도회는 매우 화려하고 웅장했다. 발레라는 용어도 '춤을 추다'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발라레(ballare)'에서 나왔다.
2. 발끝으로 서서 추는 춤, 발레
발레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십중팔구 '발끝으로 서서 추는 춤'이라고 할 것이다.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본질에 가까운 말이다. 발레는 하늘을 날고자 하는 춤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의 용어를 빌리면 지표면으로 떨어지려는 속성인 '중력'을 부정하는 춤이 발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바로 발끝으로 서는 것이다.
그러나 중력의 영향을 받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 공중을 나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잠시나마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런 연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발레 무용수들은 수년간의 고된 훈련을 통하여 발레의 어려운 스텝을 배운 뒤 나는 행위, 즉 연기에 도전한다.
발레는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성인이 되면 신체의 유연성이 떨어져 무리가 따르고, 그만큼 부상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발레를 시작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나이는 8~10세 정도. 대부분의 무용수는 20세 이전에 전문 무용수가 되고 45세 무렵 은퇴하는 게 일반적이다. 고된 연마 과정에 비해 전문 무용수로서의 활동 시기는 짧은 편이다.
3. 발레 무용수의 연습, 클래스
발레 무용수들은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 주기 위해 항상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발레 무용수들이 하는 연습을 '클래스(class)'라고 한다.
클래스는 보통 벽에 고정된 긴 바를 잡고 기본 동작을 하는 '바 워크(bar walk)'와 연습실 중앙으로 나와 하는 '센터 워크(center walk)'로 이뤄진다. 정식 클래스는 대개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공연 직전 연습인 '리허설'에 앞서 클래스는 필수다.
그럼 발레 무용수는 어떤 신체 조건을 갖춰야 할까? 일반적으로 팔다리와 목이 길고, 다른 부분과 비례하여 너무 길거나 짧지 않은 몸통에, 날쌔고 유연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신체는 충분조건일 뿐이며 무용수로서 정말 필요한 것은 작품의 주제와 음악에 대한 이해력, 무대 위에서 정확한 지점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공간 지각 능력이다.
4. 발레의 기본 자세
다음은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발레 자세이다. 여기에서는 체계적인 발레 교수법인 바가노바(Vaganova) 교수법에 기초하여 기본 동작 가운데 몇 가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였다.
이전 체케티(Cecchetti) 교수법을 토대로 러시아 출신의 아그리피나 바가노바가 만든 바가노바 교수법은 기본기와 정확성이 특징이며, 러시아와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1) 기본 자세
하체는 1번 포지션을 한다.
상체의 경우, 얼굴은 앞을 보고 어깨는 앞으로 굽지 않게 벌린 상태에서 팔을 내린다. 이때 갈비뼈가 벌어지지 않게 모으고 어깨뼈를 판판하게 하며 꼬리뼈는 수직으로 지면을 향하도록 한다.
하체와 상체는 발뒤꿈치부터 머리의 귀 뒷부분까지 몸의 중심이 수직이 되게 만든다.
2) 발 포지션
1번 포지션
발뒤꿈치를 마주 대고 발 앞부분을 옆으로 벌려서 두 발이 직선을 이루도록 한다. 다시 말해 발등과 무릎이 바깥으로 향하도록 골반에서부터 '턴아웃(Turn out)'한 상태에서 무릎을 쭉 펴야 한다.
2번 포지션
1번 포지션 상태에서 자신의 발 하나 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두 발을 벌려 선다.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무게 중심을 두 다리 사이에 균등하게 둔다.
3번 포지션
턴아웃 상태에서 앞쪽 발뒤꿈치가 뒤쪽 발의 중간쯤 오게 하여 한 다리가 다른 쪽 다리의 반을 가리도록 한다.
4번 포지션
턴아웃 상태에서 앞쪽 발과 뒤쪽 발이 발 하나의 간격을 두고 평행이 되도록 한다. 이때 앞쪽 발가락에는 뒤쪽 뒤꿈치가, 앞쪽 뒤꿈치에는 뒤쪽 발가락이 오도록 해야 하며 무게중심은 두 다리 사이에 두어야 한다.
5번 포지션
4번 포지션에서 앞뒤로 벌어진 두 다리를 붙인다.
1번 포지션
2번 포지션
3번 포지션
4번 포지션
5번 포지션
3) 팔 포지션
준비 자세
어깨를 내려 팔을 타원 모양으로 만들고 주먹 하나 반 정도의 간격을 두어 허벅지에 닿지 않게 든다. 두 팔의 간격은 세 번째 손가락 끝이 거의 닿을 정도를 유지해야 하며, 팔꿈치가 뒤쪽이 아니라 옆쪽을 향하도록 한다.
1번 포지션
둥근 팔 모양을 유지한 채 어깨는 내리고 팔만 명치 높이까지 올린다. 두 팔의 간격은 세 번째 손가락 끝이 거의 닿을 정도를 유지해야 하며, 손목과 팔꿈치가 밑으로 처지지 않게 올려 준다.
2번 포지션
1번 포지션에서 옆으로 팔을 연다. 팔이 어깨보다 앞에 있어야 하며 목선에서 어깨, 팔꿈치, 손목이 사선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한다.
3번 포지션
1번 포지션에서 팔을 위로 올려 타원을 만든다. 두 팔의 간격은 세 번째 손가락 끝이 거의 닿을 정도를 유지해야 하며, 팔꿈치는 옆으로 향하게 한다. 이때 손의 위치가 어깨보다 약간 앞으로 오게 해 손바닥이 이마 위쪽을 향하게 하여 앞쪽에서 손바닥이 보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준비 자세
1번 포지션
2번 포지션
3번 포지션
4) 보조 동작
쿠페(Coupé)
시작을 촉진(워밍업)시킬 수 있는 작은 동작으로, 주로 동작과 동작을 연결할 때 많이 사용한다.
파세(Passé)
'지나가는, 옮기는'이라는 뜻으로, 어떤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다리를 옮기는 종속적인 동작이다. 5번 발 포지션에서 한쪽 발이 '쿠페'를 구사한 뒤 종아리를 따라 무릎 안쪽을 지나 주로 다리를 높이 들 때 사용한다.
쿠페(Coupé)
파세(Passé)
5) 바 워크
드미 플리에(Demi Plié)
'무릎을 옆으로 굽히기'라는 뜻으로 모든 발 포지션에서 한다. 무릎을 구부려서 발뒤꿈치가 들리지 않는 지점까지 내려가는 동작이다. 이때 기본이 되는 턴아웃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무릎이 정확하게 옆을 향하도록 한다.
그랑 플리에(Grand Plié)
모든 발 포지션에서 한다. '드미 플리에'에 이어 크고 깊게 앉는 동작으로, 최대한 발뒤꿈치를 바닥에서 떼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떼도록 한다.
를르베(Relevé)
모든 발 포지션에서 한다. 발가락은 바닥에 붙이고 무릎을 펴서 뒤꿈치를 최대한 높이 올리는 동작으로 드미 플리에와 같이 한다.
드미 플리에(Demi Plié)
그랑 플리에(Grand Plié)
를르베(Relevé)
바트망 탕뒤(Battement Tendu)
1번과 5번 발 포지션에서 한쪽 다리를 쭉 펴고 턴아웃 상태를 유지한 채 옆, 앞, 뒤로 발끝이 포인트되는 바닥의 지점까지 나갔다 들어오는 동작이다.
바트망 탕뒤 쥬테(Battement Tendu Jeté)
'던진다'는 뜻의 동작으로 1번과 5번 발 포지션에서 하며, 한쪽 다리를 쭉 펴서 약간의 각도로 힘있게 던진다. 바트망 탕뒤 동작에서처럼 옆과 앞, 뒤로 한다.
바트망 데벨로페(Battement Développé)
5번 발 포지션에서 보조 동작인 쿠페와 파세를 지나 다리가 직각 이상이 되도록 앞, 옆, 뒤로 드는 동작이다. 이때 상체가 비뚤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랑 바트망 쥬테(Grand Battement Jeté)
다리를 쭉 편 상태에서 '바트망 탕뒤'와 '바트망 탕뒤 쥬테'를 거쳐 크고 강하게 직각 이상으로 앞, 옆, 뒤로 차는 동작이다.
6) 센터(Center)의 기본 방향
센터의 여덟 가지 기본 방향은 무용수가 동작을 할 때 객석 쪽을 기준으로 방향을 나눈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동작의 정확도를 높여 주며 가장 아름다운 라인을 만드는 데 기본이 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발레 동작들은 '크루아제(Croisé)'와 '에파세(Effacé)'로 구분된다. 크루아제는 객석에서 보았을 때 양 다리가 X자로 교차되어 '닫힌' 상태를 말하며, 에파세는 객석에서 보았을 때 양 다리가 사선으로 벌어져 '열린' 상태를 말한다.
크루아제
에파세
7) 센터 워크
탕 르베 소테(Temps Levé Sauté)
모든 발 포지션에서 한다. 제자리에서 뛰는 점프로, 드미 플리에 동작을 이용해 공중 도약을 하고 공중에서 무릎을 쭉 폈다 다시 드미 플리에 동작으로 착지한다. 그림은 1번 발 포지션에서 구사한 모양이다.
파 에샤페(Pas Échappé)
5번 발 포지션에서 점프해 2번 발 포지션으로 착지한 뒤 다시 점프해 5번 발 포지션으로 끝나는 동작이다.
아라베스크(Arabesque)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고 다른 쪽 다리는 무릎을 편 채 뒤로 올리는 동작으로, 몸 방향과 팔 포지션에 따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구분된다.
1번
2번
3번
4번
그랑 아상블레(Grand Assemblé)
한쪽 다리를 옆으로 크게 찬 뒤 이어서 다른 다리도 도약해, 공중에서 두 다리를 모아 다리를 찬 쪽으로 이동해서 무릎을 굽히는 플리에로 끝나는 동작이다.
그랑 파 쥬테(Grand Pas Jeté)
공중에서 두 다리를 앞뒤로 180도 이상 쫙 폈다가 발끝부터 사뿐히 내려오는 동작이다.
드방(Devant)
몸 방향에 따라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거나 드는 동작이다.
크루아제 드방
에파세 드방
데리에르(Derrière)
한쪽 다리가 다른 다리의 뒤에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에카르테(Ecarté)
몸 방향에 따라 한쪽 다리를 정면이 아닌 사선 앞(에카르테 드방)이나 사선 뒤(에카르테 데리에르)로 90도 이상 드는 동작이다.
에카르테 드방
에카르테 데리에르
아티튀드(Attitude)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잠고 다른 쪽 다리의 무릎을 약간 구부려 뒤로 올리는 동작이다. 이때 무릎이 허벅지보다 위로 올라가야 하며, 발끝은 무릎과 같거나 더 높이 올린다. 방향에 따라 크루아제와 에파세로 나뉜다.
아티튀드 크루아제
아티튀드 에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