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내려간 뱀. 이 중에는 독사도 있다.
허파호흡을 하는 바다뱀은 숨을 쉬기 위해 일정 시간 간격으로 수면으로 올라가야 하다.
수백 만 년 전 땅 위에 살던 뱀들 중 몇몇 종이 모든 생명체의 고향인 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두고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땅의 뱀과 바다뱀의 가장 공통되는 점은 허파호흡을 해야 하는 파충류라는 점이다. 바다로 들어간 뱀은 물 속이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콧구멍은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밸브 형태로, 꼬리 부분은 물속을 헤엄치는 데 편리하게끔 크고 평평한 노와 같이 납작하게 변했다. 비늘은 물의 저항을 적게 받기 위해 땅의 뱀보다 매끈하게 진화되어 갔다.
바다에도 뱀이 산다
바다뱀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아열대 지역에 살던 뱀이 바다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태평양과 인도양의 따뜻한 해역에만 서식한다. 바다뱀은 대서양과 지중해 홍해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살 수 없는 바다뱀의 변온동물적 특성 때문이다.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을 돌거나, 남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 마젤란 해협을 지나야 하는데 남극에 가까운 바다의 차가운 바닷물은 바다뱀이 생존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인도양과 홍해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와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었지만 이들 운하는 민물인데다 파나마 운하의 경우 수문이 막혀 있어 바다뱀이 대서양으로 향하는데 제약이 따른다.
바다독사가 산호초 사이에서 몸을 솟구쳐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진성 바다뱀과 바다 독사
땅 위의 뱀과 바다뱀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이빨에 독을 가지고 있는 종이 있다는 점이다. 50여 종의 바다뱀 중 다섯 종 정도가 독을 지니고 있어 ‘바다독사(Sea krait)’로 불린다. 독을 가지지 않은 일반 바다뱀은 ’진성 바다뱀(True sea snake)'이라 부른다. 육지에서 바다로 이동해간 바다뱀 중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바다라는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다독사와 진성바다뱀의 차이는 바다독사가 육지를 기어 다닐 수 있고 해변에 알을 낳으며 허파 호흡을 위해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수면 부상을 해야 하는 등 땅 위에서 살던 때의 습성을 일부 유지하고 있는 반면, 진성바다뱀은 물속에서 새끼를 낳을 뿐 아니라 피부호흡을 하는 능력이 발달하여 수면으로 올라가는 횟수를 줄일 수 있는 등 물속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점이다.
산호초 지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다독사의 모습이다.
바다독사는 다른 바다뱀에 비해 피부 호흡을 통해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에 한두 시간에 한 번씩은 수면으로 머리를 내밀어 허파 가득 공기를 들이마셔야 한다. 그런데 이때가 바다독사에게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수면을 선회하는 독수리 등 맹금류가 있다면 이들의 예리한 눈과 발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바다독사가 서식하는 해역에는 맹금류들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바다독사를 사냥하기 위해 눈을 번득이고 있다.
바다독사는 종에 따라 뱀장어와 바다메기. 복어 등을 주식으로 삼는 등 다양한 식성을 가지지만, 강력한 독으로 먹잇감을 기절시키거나 죽인 후에 통째로 삼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다독사의 독은 땅 위의 코브라 독보다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바다독사가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다. 바다독사가 가지고 있는 2~3밀리미터 정도의 짧은 송곳니로는 잠수복을 뚫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성향 자체도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독사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열대 지방의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바다독사를 떼어내기 위해 건드리는 때라고 한다.
필리핀 해양생태계보호구역인 아포섬에서 만난 현지 생물학자가 바다독사를 살펴보고 있다.
|
산호초 사이를 이동하던 바다독사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필자 옆을 스쳐 지나고 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뱀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지만 바다독사는 그다지 공격적이지는 않다.
|
뱀의 독은 크게 신경성 독과 혈액성 독의 두 가지로 나뉜다. 살모사는 혈액성 독을, 코브라는 신경성 독을 가지고 있다. 혈액성 독을 가진 뱀에게 공격을 받으면 출혈과 함께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른다. 이에 반해 신경성 독을 가진 뱀에게 물리면 통증은 없지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몸이 마비되면서 목숨을 잃게 된다. 다섯 종의 바다독사는 그 종에 따라 신경성 또는 혈액성 독을 가지고 있어 만약의 경우 어떤 해독제를 사용해야 할지 구별해야 한다.
하늘의 바다뱀, 바다뱀자리
바다뱀 별자리는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의 모험 이야기에 등장한다. 레르나 지방의 숲에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무시무시한 괴물 히드라가 살고 있었다. 히드라는 밤이면 숲에서 나와 사람들을 마구 잡아먹었는데, 만약 하나의 머리가 잘리면 그 곳에 새로운 두 개의 머리가 생겨나 절대 죽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레르나 지방을 통치하던 에우리테우스 왕은 헤라클레스에게 히드라를 물리쳐 줄 것을 부탁했다. 헤라클레서는 한 손에는 커다란 칼을, 다른 한 손에는 불이 붙은 떡갈나무를 들고 히드라와 30일 간의 혈투를 벌여 결국 히드라를 물리쳤다. 헤라클레스의 아버지인 제우스는 아들의 용감함을 후세 사람들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죽은 히드라를 하늘에 던져 올려 별자리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바다뱀자리이다. 바다뱀자리는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시기에 남쪽 하늘에 나타나며, 동서로 길고 가늘게 누워 있다. 바다뱀자리는 밤하늘에 있는 88개 별자리 중 가장 길고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바다독사가 사냥에 나서는 듯 물고기들을 노리고 있다.
인류는 다양한 음식 문화를 갖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힌두교도들은 쇠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다. 우리 민족은 바다거북을 숭배하는 반면, 멕시코 지역 사람들은 이를 특별한 음식으로 여긴다. 바다뱀은 예로부터 필리핀과 일본 남부지방에서 즐겨 먹어오던 음식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보양식으로 많이 찾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바다 독사 - 바다로 내려간 뱀. 이 중에는 독사도 있다. (이미지 사이언스,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