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악하고 공격적인 물고기
곰치가 보금자리 앞을 지나는 어류를 공격하기 위해 바위틈에서 튀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 20여 종이 있는 곰치(뱀장어목 곰치과)는 스쿠버 다이버들이 가장 드라마틱한 관찰 대상으로 꼽는 어류 중 하나이다. 야행성인 이들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깜깜한 밤바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다 속 산호초사이나 바위틈을 수중조명 장비로 비춰가다 보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보이는 곰치를 만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몸길이가 약 60~100cm 정도인데 인도양과 태평양 열대 해역에서 발견되는 대왕곰치(Giant moray)는 최대 3m까지 자란다. 그런데 곰치들은 몸의 대부분을 똬리 튼 채 숨기고 머리 부분만 밖으로 내밀고 있어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가까이 다가가면 똬리 튼 몸에서 나오는 반동을 이용해 흉측하게 생긴 얼굴을 전후좌우로 다이나믹하게 움직인다. 그 현란한 몸짓이 결정타를 내지르기 앞서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잽을 날리는 권투선수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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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밤바다 속에서 갑자기 곰치를 만나게 되면 섬뜩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들을 관찰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2 성장하지 않은 어린 곰치이다. 하지만 벌려진 입안으로 번득이는 이빨의 날카로움은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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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적 특성
가늘고 긴 곰치의 몸은 꼬리가 얇고 넓으며 끝이 뾰족하다. 몸 전체는 비늘이 없는 두꺼운 가죽으로 덮여 있는데 마치 철갑을 두른 듯 강해 보인다. 머리는 비교적 작고 입은 크게 찢어져 있고 강한 턱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이빨들은 상당히 날카롭다. 곰치는 가슴지느러미·배지느러미가 없으며 뒷지느러미의 언저리는 흰빛이다.
곰치는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가끔 발견할 수 있다. 잠에서 깬 곰치가 사냥감을 찾기 위해 바위틈에서 몸의 상당부분을 빼 낸채 주변을 살피고 있다.
곰치는 쉴 새 없이 입을 벌린 채 물을 들이켜야 한다. 대개의 어류들이 아가미 뚜껑을 움직여 손쉽게 신선한 물을 아가미로 보낼 수 있지만 움직임이 없는 아가미 구멍을 가진 곰치는 입 근육을 움직여 물을 아가미 구멍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곰치는 육식성이기에 고기가 담백하고 맛이 좋다. 동남아 일부지역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어구이를 즐기듯 곰치를 식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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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위틈에 보금자리를 튼 곰치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2 곰치는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턱을 가지고 있는데다 성격마저 난폭해 바다에서 상위 포식자의 지위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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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와 꼼치(쏨뱅이목 꼼치과)를 혼동하는 사람도 있다. 애주가들에게 해장국으로 유명한 꼼치가 강원도 방언인 곰치로 더 알려져 있어서이다. 꼼치는 남해안에서는 커다란 머리와 길고 납작한 몸뚱이가 메기와 닮아 물메기라도 부른다. 따라서, 강원도 등에서 파는 ‘곰치국’은 사실은 꼼치국이지 이 글에서 말하는 곰치로 만든 국이 아니다.
공격적 성향
성질이 포악한 곰치는 눈에 띄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공격한다. 한번 물리면 곰치의 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턱 뿐 아니라 입천장에도 솟아 있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안으로 휘어진 채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입을 벌릴 때 흉측하게 보이는 턱과 입천장의 이빨은 먹이를 자르는 기능보다는 먹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걸려든 먹이는 안으로 휘어진 이빨의 구조에 의해 조금씩 목구멍 쪽으로 이동되며, 목구멍 쪽에 있는 예비 이빨들이 먹이를 씹어서 넘긴다. 곰치는 몸의 대부분을 바위틈에 숨기고 있기에 밖으로 나온 머리 부분은 한 뼘 정도에 불과하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손을 내밀었다가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용수철처럼 똬리 튼 몸이 튀어 나와 날카로운 이빨로 쐐기 박듯 손을 물어 버리기 때문이다.
곰치가 안으로 휘어진 채 일렬로 늘어서 있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곰치의 공격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그리스 로마시대에는 곰치가 들어있는 큰 항아리에 죄인을 집어넣어 잔인하게 처벌했다고 전해지며, ‘DEEP’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날카로운 이빨로 다이버를 괴롭히는 무서운 바다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몇 년 전 말레이시아를 찾았을 때 손가락이 잘린 가이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곰치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을 보여 주기 위해 소시지를 손에 들고 흔들다가 ‘쭈욱~’ 뻗어 나오는 곰치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개인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그 곳의 곰치는 한동안 인기 있는 볼거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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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레이시아 시파단의 스쿠버 다이빙 가이드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곰치를 만져 보이고 있다.
2 한 스쿠버 다이버가 곰치에게 먹을거리를 전하고 있다. 자칫 하다가는 곰치의 공격으로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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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과 앙숙
이렇게 포악하고 공격적인 곰치이지만 공생 관계에 있는 바다 동물도 있다. 바로 청소놀래기와 청소 새우류이다. 이들은 곰치 이빨 사이에 끼인 음식 찌꺼기와 곰치 몸의 각종 트러블을 해결해준다. 곰치도 이들의 필요성을 알기에 공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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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위틈에 보금자리를 튼 한쌍의 곰치 옆으로 청소놀래기가 다가가고 있다. 곰치와 청소놀래기는 공생관계에 있다.
2 산호초 사이에 자리 잡은 곰치의 모습이다. 산호류와 어우러진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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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동물 중 곰치와 가장 앙숙 지간은 문어이다. 곰치와 문어는 모두 바위틈이나 굴을 생활 터전으로 한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틈은 곰치와 문어 양쪽 다 좋은 보금자리이다 보니 이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흥분한 문어가 수백 개의 빨판이 붙은 여덟 개의 발을 가지고 곰치를 휘감아 조여 들지만 곰치의 강한 턱과 이빨을 당해내기는 어렵다.
[네이버 지식백과] 곰치 - 포악하고 공격적인 물고기 (이미지 사이언스,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