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근디스트로피란 유전적인 요인으로 진행성 근력 저하 및 위축을 보이고, 병리학적으로 근육섬유의 괴사 및 재생을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근육병증을 말한다. 이는 디스트로핀(dystrophin) 유전자 등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디스트로핀(dystrophin) 같은 근세포막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이 소실되어 근세포막의 안정성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는 구성 단백질인 디스트로핀-당단백질 복합체(dystrophin-glycoprotein complex) 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여 근세포막의 손상으로 근육섬유의 괴사와 퇴행과정을 거쳐 결국 근력저하 및 위축이 발생하게 되는 질환이다.
근디스트로피(근육퇴행위축)의 종류는 임상 및 유전양상을 고려하여 분류하는데, 뒤시엔느(Duchenne) 근육퇴행위축, 벡커(Becker) 근육퇴행위축, 지대형(limb-girdle, 사지 연결) 근육퇴행위축, 안면견갑상완(facioscapulohumeral) 근육퇴행위축, 눈인두(oculopharyngeal) 근육퇴행위축, 근육긴장(myotonia) 등이 있다.
원인
대부분 횡문근 형질막의 구성 성분인 디스트로핀-당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하게 하는 여러 유전적인 결함으로 발생하게 된다. 뒤시엔느 근육퇴행위축이나 벡커 근육퇴행위축에는 X염색체 단완 21부분(Xp21) 유전자 이상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도 보통 염색체 우성이나 열성으로 전달되는 지대형 근육퇴행위축 관련 유전자(LGMD1A, LGMD1B, LGMD1C) 등 현재까지 많은 종류의 원인 유전자가 밝혀져 있다.
또한, 보통 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4번 염색체 장완 35부분(4q35)이 안면견갑상완 근육퇴행위축과, 19번 염색체에서 CTG 삼뉴클레오티드(trinucleotide)의 비정상적인 반복이 근육 긴장 퇴행 위축과 연관된 원인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증상
뒤시엔느 근육퇴행위축의 경우, 주로 남아에서 발생하며 몸통과 가까운 근위부 근력 약화가 3~5세경에 뚜렷해진다. 출생 남아 3,500명당 1명 정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근육디스트로피 중 가장 심한 임상양상을 보이게 된다. 흔한 임상 증상으로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날 때 땅바닥을 짚거나 넓적다리를 짚고 일어나게 되는 가워(Gower) 징후를 보이게 되며, 일부 위약된 부위와 관련하여 특정 자세를 취하게 됨으로써 관절 구축, 척추측만증 등의 골격 변형이 올 수 있다. 뒤시엔느 근육퇴행위축에서는 질병 발현 범위가 여러 근육들을 동시에 침범할 수 있어 심근 이상을 보이기도 하며, 지적 기능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일부 장딴지 근육이 오히려 굵어 보이는 거짓비대(pseudohypertrophy)도 관찰될 수 있다. 대개 12세 경에는 보행이 불가능해져 침상에 누워지내다가 20세 무렵에는 호흡근 침범에 의한 호흡 마비로 사망하게 되는 경과를 밟는다.
벡커 근육퇴행위축의 경우에는 뒤시엔느 근육퇴행위축과 유사하나 심한 정도나 진행 속도에서 차이가 나며 좀 더 경한 경과를 보인다. 5~15세경 처음 증상이 발생하여 15세 이후에도 보통 보행이 가능하며, 30~40대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베커 근육퇴행위축의 경우 출생 남아 10만 명당 3~6명 정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뒤시엔느 근육퇴행위축의 경우보다 발병률이 낮다. 지대형 근육퇴행위축이나 안면견갑상완 근육퇴행위축은 소아나 성인 초기에 발병하여 특징적인 근위약과 위축의 분포를 보이게 된다. 즉, 지대형의 경우 위팔어깨, 하지 이음부위(limb girdle)와 같은 사지 연결 근육의 진행성 약화를 보이며, 증상의 분포와 진행 속도가 유형에 따라 다양하다.
안면견갑상완 근육퇴행위축은 얼굴, 어깨 이음부, 다리 원위부, 날개 어깨뼈(winged scapula) 등에서 좌우 비대칭적인 근력 저하와 근육 위축 등의 증상을 보이며, 진행이 느린 것이 특징이다. 지능장애는 없는 경우가 많으며, 오목가슴, 무증상고음청각소실, 망막혈관병증을 보이기도 한다. 안면견갑상완 근육퇴행위축은 디스트로핀병증과 근육긴장디스트로피 다음으로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근육디스트로피로서 약 95% 이상에서 20세 이전에 증상이 발병한다. 서양에서는 100만 명당 2~67명이, 일본에서는 100만 명당 3~4명이 발생한다. 눈인두 근육퇴행위축의 경우, 40세 이후 발생하며 특징적으로 눈꺼풀과 얼굴 근육과 저작근을 비롯한 삼킴과 관련된 인두 근육의 위약과 위축이 나타난다 그 외, 근육긴장 퇴행 위축의 경우 성인에서 제일 흔한 유전성 근육질환으로 골격근, 심장, 뇌, 수정체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전신성, 유전성, 퇴행성 질환이다. 임상 및 유전학적인 기준으로 근육긴장디스트로피1형과 근육긴장디스트로피 2형으로 분류하게 되며, 근육긴장디스트로피 1형은 원위부 근력저하를, 근육긴장디스트로피 2형의 경우 근위부 근력 저하를 보인다.
근육긴장디스트로피 1형의 경우 유럽 및 미국에서 유병률이 약 7,400명당 한 명꼴이며, 대개 10~30대경인 성인 초기에 증상이 시작된다. 특징적으로 얼굴 아래가 마른 뾰족한 얼굴을 하게 되고, 목 근육, 사지 원위부의 근력 약화와 위축을 보인다. 또한 근육 긴장증을 보여 손을 쥐었다 빨리 펴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적이며, 대머리, 백내장, 생식선 위축, 지적 기능 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진단/검사
우선적으로 병력 청취와 이학적, 신경학적 검진을 통하여 가족력이나 발병 나이, 주로 위약을 호소하는 근육 부위를 확인하게 된다. 예외는 있으나, 주로 근디스트로피는 근육병의 일환으로 몸통과 가까운 근위부 근육의 약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계단 오르기나, 머리 빗기 등을 어려워한다. 임상적으로 근디스트로피가 의심이 되면 추가적으로 주로 근전도 검사와 근육생검 혹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진단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진단은 주로 근전도와 근육생검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액검사를 통하여 백혈구를 이용한 유전자(DNA) 분석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임상적으로 이러한 유전자 분석을 진단에 이용할 수 있는 근디스트로피 분류로는 뒤시엔느 근육퇴행위축, 안면견갑상완 근육퇴행위축, 지대형 근육퇴행위축, 어깨종아리 근육퇴행위축(scapuloperoneal muscular dystrophy), 근긴장성 근육위축이 있다. 만약 지대형 근육형인데도 전혀 유전적 변이가 관찰되지 않는다면, 근세포막의 핵심 단백질인 디스트로핀(dystrophin)에 대한 조직화학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근육생검은 주로 대퇴부에 위치한 근육인 하지의 대퇴사두근나 상지의 어깨세모근 등을 국소 마취 하에 일부를 떼어내어 병리학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게 되며, 대부분의 선천성 근육병증이나 대사 근육병증(metabolic myopathy)을 진단하는 데 중요하다. 근육생검의 병리적 소견을 관찰하면서 면역조직 화학염색이나 웨스턴 브롯 분석(western blot analysis)을 통해 디스트로핀의 결핍 등을 확인하는 것이 진단에 중요하다.
또한 근육병증을 진단하는 데 환자의 근육의 손상으로 인해 증가하는 효소인 혈청의 크레아틴 키나아제(CK, creatine kinase)를 확인하여야 하며 그 상승 정도는 근육병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뒤시엔느 근육퇴행위축이나 벡커 근육퇴행위축의 경우 혈청 크레아틴 키나아제가 매우 많이 증가하는데, 대개 뒤시엔느 형은 15,000~20,000U/L정도, 벡커 형은 5,000~7,000U/L정도까지 증가한다. 만일 크레아틴 키나아제가 정상이라면 뒤시엔느 형이나 벡커 형 근육퇴행위축은 아님이 확실하다. 또한 동반된 심근이나 호흡근의 침범을 확인하기 위해 심전도 검사나 심초음파, 폐기능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치료
현재까지 근디스트로피를 치료할 수 있는 특정한 방법은 없다. 프레드니손(prednisone)과 디플라자코트(deflazacort)가 근력과 호흡 기능을 조금 호전시킨다는 보고는 있지만, 해당 약제들의 뚜렷하지 않은 호전 효과와 프레드니손 같은 스테로이드의 경우 체중 증가, 저칼륨혈증, 고혈압, 혈당 상승, 골다공증, 백내장, 녹내장, 감염과 같은 여러 부작용을 고려하여 임상적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그 외 결핍된 디스트로핀을 보충하기 위한 여러 유전자 교환 치료도 많이 연구되고 있으나 뚜렷하게 효과를 보인 예는 없다.
현재까지의 치료는 가능하면 오랜 기간 동안 보행이 유지되도록 척추와 팔다리의 변형을 막고 교정을 위해 보조기 착용 및 수술을 하는 것이며, 호흡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유전성 질환임을 고려할 때 자녀에게 병이 유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유전 상담이 필요하다. 근육긴장 퇴행위축의 경우에도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으나 근육긴장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페니토인(phenytoin),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바클로펜(baclofen), 멕시레틴(mexiletine)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
경과/합병증
유형에 따라 소아부터 성인 초기에 시작되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진행되어 보행이 힘들어지면서 척추후만곡증, 호흡곤란이 나타나며, 심근에 침범되어 대부분의 생활을 침상에 의존하는 경우도 발생하여 이에 따라 동반된 폐렴이나 패혈증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안면견갑상완 근육퇴행위축과 같이, 비교적 늦게 발병하고 진행이 느려 휠체어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도 약 20% 정도 있다. 또한 유형에 따라 지능지수도 감소할 수 있으며, 호흡근육이나 심근 침범으로 인한 호흡부전 등으로 사망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예방방법
근디스트로피의 특별한 예방방법은 없다.
식이요법/생활가이드
가정이나 병원에서 근육병의 진행과 이에 따른 근골격계 변형 등에 맞추어 최대한 일상생활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운동과 물리요법, 보조기 사용, 수술적 고정 등의 치료를 받도록 한다. 또한 백내장 등 시력 문제와 심전도 장애, 호흡 곤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내장수술, 심박동조율기나 인공호흡기 등을 이용한 지지적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