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補藥 ]
현대 의약에서는 볼 수 없는 한방의 특수용어이며, 역사적으로나 서지학적(書誌學的), 또는 경험적으로 많이 알려진 생활용어이다.
한방에는 모든 본초(本草:藥材) 중 특히 인체의 선 ·후천적 허약과 부족, 병후의 쇠약, 체질을 보강 개선해주는 보익보양약(補益補養藥)이 있는가 하면 건강과 질병이 지나치게 실(實)한 것을 소도사하(消導瀉下)시켜 건강의 균형을 바로잡는 동시에 치병(治病)도 도모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는데, 전자를 보약이라 하고 후자를 사약(瀉藥)이라 한다.
일반 상식으로는 치료제에 대응시켜 보건제로 알고 있으나 엄밀한 의미로는 잘못된 인식이다. 보약(재)은 본초학적으로 원래 보약재가 있기는 하나 원칙적으로는 체질과 치료에 알맞은 한방복합처방에 의한 보제(補劑)를 말한다. 한방보약은 전신의 음양평형(陰陽平衡)의 조절과 신체의 허핍(虛乏)을 골고루 돕고, 생명현상의 기능을 충실하게 하며, 삶의 메커니즘을 창달시켜 병을 치료 ·예방 ·양생토록 하여 보정거사(補正袪邪)를 위주하는 용약제들이다.
인체에는 본래부터 자체 내에 자연치유양능(自然治癒養能)이 있으므로 지나치게 허손되지 않고, 심한 질병이 아닌 경미한 상태에서는 스스로 체력을 보강시키며 인위적 치료를 가할 것 없이 자연치유가 된다. 이 자연치유양능은 교의(巧醫)보다 낫다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현대의약에서는 한방과 같이 보약의 개념이 성립될 수 없다. 양방약은 화학약품이 위주가 되어 치료에도 국소적 ·획일적이기 때문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면에서 비타민류(類)나 호르몬류(類)를 계속 투여하게 되면 몸에 축적되어 중독 또는 부작용이 유발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반대로 한방에서 말하는 보약이란, 본초 중의 상품(上品)에 속하는 약재를 써서 매개인의 체질과 병에 알맞도록 처방한 결과 나타나는 상생상극(相生相剋)작용과 전신의 종합적 생체반응 메커니즘으로 하여금 자연보사평형(自然補瀉平衡)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있으므로, 중독이나 부작용이 없이 보정거사하는 것이다.
한방보약의 범주를 현대의학적으로 본다면 단백질 ·지방질 ·에너지원(源)인 당질과 변질제(變質劑)라 하는 무기질 등의 여러 보제로서 전신세포의 동화작용과정에 관여해서 그 작용을 항진시키고, 온몸의 영양상태를 향상시키면서 쇠약해 있는 체력을 회복시키고, 골격근의 긴장을 증가시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약물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는 ①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물질대사를 항진시키고, ② 소화기계통에 작용하여 식욕을 증진시키고, ③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과 같은 영양이 많이 들어 있는 자양제, ④ 조혈제, ⑤ 비타민류가 포함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약이란 것은 단순하게 영양보충이나 개선이란 뜻은 아니다. 정상인(보통 사람)이 몸에 특별한 병이 없이 식사를 편식하지 않고 고르게 섭식(攝食)하면 영양에는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한방 ·양방의 상식이며, 여기에는 굳이 보약이란 말이 해당되지도 않는다. 또, ‘식보(食補)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고 하는 말도 정상인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그러나 한방보약은 어디까지나 비정상인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그 임상적 일례로, 만성 결핵환자가 양방적인 예방 ·방역 ·화학치료법으로 100 % 퇴치된다고는 하지만, 식보조차 못할 정도로 쇠진상태에 있을 때, 계속하여 폐에 국부적으로 화학약품을 투여한다면 생명의 전체기능은 회복될 수 없다. 결국 병은 나아도 환자는 죽어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때 만약 체질에 맞는 한방처방에 의한 종합보약제를 겸용한다면 의외로 가속 회복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신생아는 생후 2개월부터는 모태로부터 받은 철분 기타 영양분이 거의 소모된다. 따라서 많은 아기들이 생후 9∼24개월쯤 되면 철분결핍현상을 나타낸다.
이 때부터 철분조혈제를 공급하는 것은 보약이 되며, 녹용류(鹿茸類)는 철분 이외에 많은 생약효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갓난아기 ·어린이의 성장에 크게 효험을 발휘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방보약을 쓸 때는 허실보사(虛實補瀉) ·음양형평(陰陽衡平)의 원칙에 위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방보약으로는 보양(補陽) ·보음(補陰) ·보기(補氣) ·보혈(補血)하는 본초와 처방들이 있으며, 오장육부별로 본초가 구별되어 있다.
본초 중 보약으로서의 보기약재(補氣藥材)는 인삼 ·황기(黃芪) ·산약(山藥) ·백출(白朮) ·대조(大棗) ·감초(甘草) ·황백(黃栢) ·봉밀(蜂蜜) 등이 있고 보기처방(補氣處方)으로는 사군자탕(四君子湯)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삼령백출탕(蔘苓白朮湯) ·삼기건중탕(蔘芪建中湯) ·독삼탕(獨蔘湯) ·녹용대보탕(鹿茸大補湯) ·육군자탕(六君子湯) ·황기팔물탕(黃芪八物湯) 등이 있다.
보혈약재(補血藥材)로는 숙지황(熟地黃) ·하수오(何首烏) ·백작약(白芍藥) ·당귀(當歸) ·아교(阿膠) ·구기자(枸杞子) 등이 있으며, 보혈처방(補血處方)으로는 사물탕(四物湯) ·쌍화탕(雙和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고진음자(固眞飮子) ·인삼영양탕(人蔘營養湯) ·당귀보혈탕(當歸補血湯) ·귀비탕(歸脾湯) ·양심탕(養心湯) ·교애팔물탕(膠艾八物湯) ·양혈자생탕(養血資生湯) 등이 있다.
보양약재(補陽藥材)로는 녹용 ·녹각 ·해구신(海狗腎) ·합개(蛤蚧) ·자하차(紫河車) ·육종용(肉蓯蓉) ·소양(銷陽) ·파극천(巴戟天) ·보골지(補骨脂) ·익지인(益智仁) ·음양곽(淫羊藿) ·사상자(蛇床子) ·두충(杜冲) ·토사자(菟絲子) ·양기석(陽起石) 등이 있고, 보양처방(補陽處方)으로는 신기환(腎氣丸) ·삼용위생환(蔘茸衛生丸) ·온신환(溫腎丸) ·종용하차환(蓯蓉河車丸) ·수오구기탕(首烏枸杞湯) 등이 있다.
보음약재(補陰藥材)로는 사삼(沙蔘) ·천문동(天門冬) ·맥문동(麥門冬) ·석곡(石斛) ·백합 ·호마인(胡麻仁) ·여정실(女貞實) ·귀판(龜板) ·별갑(鼈甲) ·해삼(海蔘) 등이 있고, 보음처방(補陰處方)에는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 또는 六味地黃湯) ·대보음환(大補陰丸) ·자신환(滋腎丸) ·보신지황환(補腎地黃丸) ·고음전(固陰煎) 등을 들 수 있다. 그 밖에도 각 오장육부별로 각각 쓰이는 생약(生藥) 보약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