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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동가리

마태복음 2024. 10. 1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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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의 실제 물고기

흰동가리는 몸 전체를 감싼 붉은 색이 흰색 세로줄과 강렬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흰동가리는 농어목 자리돔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전 세계에 27종이 있다. 몸에 새겨져 있는 빨강 혹은 주황과 흰색의 배열이 어릿광대 분장처럼 보여 서양에서는 ‘클라운피시(clown fish)’라 이름 지어졌으며, 말미잘(sea anemone)과 더불어 살아 아네모네피시라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몸을 가로지르는 흰색의 세로줄을 특징화하여 흰동가리라 부른다. 흰동가리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는 ‘니모’로 통한다. 2003년 개봉한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영화 [니모를 찾아서] 때문이다. 주인공 니모(Nemo)란 이름은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네모 선장(Captain Nemo)에서 따왔다.

흰동가리가 보금자리를 튼 말미잘 위로 수많은 물고기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하는 모계중심 무리

흰동가리는 최대 약 15cm 정도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관찰되는 대부분의 종은 손가락 크기만 하다. 타원형인 몸은 옆으로 납작하며 체고는 높은 편이다. 아래턱은 위턱보다 조금 튀어나와 있는데 등지느러미 가시는 연조부(soft ray: 마디가 있고 끝이 갈라져 있는 지느러미 줄기)보다 낮거나 길이가 같다. 꼬리지느러미 가장자리는 움푹 들어갔거나 반달 모양이다. 체색은 빨강, 주황, 노랑, 검정색 바탕에 흰색 세로 줄무늬가 새겨져 있어 색깔 대비가 선명하다.

흰동가리는 얕은 수심의 산호초 해역에서 말미잘과 공생한다. 대개의 경우 하나의 말미잘에 한 무리의 흰동가리가 살고 있다. 흰동가리 가족은 철저한 모계중심으로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암컷이다. 암컷이 죽으면 무리에 있는 수컷 중 한 마리가 암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이는 다른 곳에서 암컷을 찾는 것보다 무리 중 한 마리가 스스로 성을 전환하는 것이 종족 보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말미잘에 보금자리를 튼 흰동가리 가족이 퍽이나 평화스럽게 보인다.

흰동가리는 한 번에 700~800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화에 성공하는 확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알에서 태어났을 때는 성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인데 12개월에서 24개월이 지나면 수컷의 성징이 나타난다. 이 중 선택 받은 한 마리의 수컷이 암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방식은 리본장어의 성전환과 닮았다. 이외에도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을 바꾸는 어류로는 감성돔을 들 수 있다. 감성돔은 태어난 지 5년 정도 지나면 거의 모든 수컷이 암컷으로 성을 전환하기에 흰동가리나 리본장어와는 패턴이 다르다. 흰동가리는 주로 부유성 갑각류와 해조류 등을 먹으며, 수명은 13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서 살아가며 우리나라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가끔 발견되기도 한다.

말미잘과 함께 살아가는 흰동가리

흰동가리는 얕은 수심의 산호초 지대에서 말미잘과 공생한다. 그러기에 말미잘을 찾으면 촉수 사이를 현란하게 움직이는 흰동가리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말미잘의 색과 크기에 따라 함께 사는 흰동가리의 종이 다르다. 좀 연한 색을 띤 말미잘에는 옅은 색의 흰동가리를 찾아 볼 수 있고, 강렬한 색의 촉수를 지닌 말미잘에는 그와 어울리는 강한 무늬와 색을 지닌 흰동가리들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말미잘 크기에 따라 더불어 살아가는 흰동가리의 크기도 다르다. 심지어 건강한 말미잘에는 활동성이 강한 흰동가리가 사는 듯 보여 말미잘과 흰동가리는 공동 운명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왼쪽) 말미잘 촉수 사이 공간으로 들어간 흰동가리의 모습이다. (오른쪽) 말미잘 촉수 속으로 몸을 숨긴 흰동가리가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습성이 강해 조금이라도 위협을 느끼면 상당히 공격적이 된다. 침입자가 있으면 덩치가 큰 암컷과 여러 마리의 수컷은 말미잘 촉수를 박차고 튀어나와 맹렬한 기세를 보이고 그 틈을 타 새끼는 촉수 아래쪽으로 몸을 숨긴다. 이 때 흰동가리 눈매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고, 으르렁거리듯 벌리는 입 사이로는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난다. 작고 귀여운 물고기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손을 디밀었다가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상처를 입은 다이버들도 더러 있다.

 
 

(왼쪽)흰동가리는 작고 연약한 물고기이지만 자신의 보금자리를 위협받을 때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한다. 입을 벌리는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 보인다. (오른쪽)야간 다이빙 도중 만난 흰동가리의 모습이다.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맹렬히 지느러미를 흔들어 바닥면의 모래를 일으키고 있다.

2013년 가을 필리핀 세부 섬 남쪽 산호초 지대에서 흰동가리가 수정란을 돌보는 장면을 지켜 본 적이 있었다. 말미잘 촉수 사이에 마련된 산란장에는 한 덩어리의 수정란이 붙어 있고 어미들은 수정란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물을 머금어 와서 뿜어대고 있었다. 이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관찰을 했지만 알을 지키느라 신경이 예민해진 흰동가리는 맹렬한 기세로 필자의 얼굴을 향해 부닥쳐 왔다.

말미잘 촉수 사이에 산란장을 마련한 흰동가리가 수정란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머금고 온 물을 뿜어대고 있다.

흰동가리는 말미잘 촉수 사이에서 산란하고 부화하며 그곳을 떠나지 않으니 말미잘과는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다. 그런데 이들은 왜 강한 독을 지녀 다른 바다동물들이 가까이 하기 꺼려하는 말미잘과 함께 살까? 이유는 말미잘이 지닌 독을 방패막이 삼아 외부의 적을 막아 내기 위함이다. 이들은 말미잘 독에 면역되어 있어 독으로부터 안전하다. 말미잘은 흰동가리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있다. 흰동가리를 쫓아오는 바다동물을 촉수에 있는 자포로 쏘아 잡아먹을 수 있다. 보금자리와 먹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의 공생은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왼쪽)산호초 지대에 말미잘과 흰동가리가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오른쪽)말미잘 촉수 사이 공간으로 들어간 흰동가리의 모습이다.

인기 많은 열대 관상어

영화 [니모를 찾아서]가 흥행에 성공하자 전 세계적으로 관상어로서의 흰동가리의 수요가 폭증하였다. 수요에 맞추기 위해 산호초 지대에 폭탄을 터뜨리거나 청산가리를 뿌리는 등 한동안 흰동가리는 무차별적으로 포획되기도 했었다. 현재는 양식 기술이 개발되고 양식산 흰동가리 등 열대 관상어들이 유통되면서 야생 흰동가리를 난폭하게 채집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자연산과 비교할 때 양식산은 수족관과 사람에게 적응해 있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타도 잘 죽지 않고 수명도 훨씬 긴 편이다. 현재 관상어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5년을 기준으로 약 46조 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시장 규모도 4500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2016년 현재 국내 166개 업체가 관상어 양식업에 종사하면서 관상어 산업은 미래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록 산호초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흰동가리 두 마리가 [니모를 찾아서]의 아빠와 아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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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쿠아플라넷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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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발행일 : 2016. 09. 29.

[네이버 지식백과] 흰동가리 - ‘니모를 찾아서’의 실제 물고기 (이미지 사이언스,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