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오징어의 천적
심해 |
1. 날카로운 이빨의 포식자
향유고래는 이빨고래 중 가장 큰 종으로 최대 몸길이 20m, 몸무게 수십 톤에 이르는 동물이다. 전체적인 몸 색깔은 어두운 회색 계열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흰색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으며, 몸에 비해 매우 작은 가슴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를 대신하는 파도 모양의 피부 돌기, 그리고 매우 큰 꼬리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뭉툭한 사각형 모양의 머리가 몸길이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만큼 큰 것이 특징이다. 아래턱은 가늘고 길며, 원뿔 모양의 날카로운 이빨이 수십여 개나 있다. 위턱의 이빨은 퇴화되어 눈에 띄지 않고, 그 대신 이빨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남아 있는 구멍에 아래턱의 이빨들이 소켓처럼 맞물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
허파에 산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약 한 시간 정도 물속에서 견딜 수 있으며, 수심 2,200m나 되는 심해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좋아하는 먹이는 오징어류이며, 워낙 큰 덩치 때문에 천적이 거의 없는 심해의 대왕오징어도 향유고래에게는 먹잇감이 되고 만다.
해안가로 떠밀려온 향유고래원뿔 모양의 날카로운 이빨이 보인다.
2. 대왕오징어 vs 향유고래
과거 유럽 사람들이 크라켄의 전설을 믿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닷가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에 나 있는 상처 때문이었다.
파도에 밀려온 향유고래의 피부에는 수많은 빨판 자국과 함께 날카로운 것에 이리저리 긁힌 상처들이 있어, 사람들은 향유고래가 크라켄에게 살해당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것은 대왕오징어가 향유고래를 물리치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생긴 상처라고 한다.
향유고래는 사냥할 때 대왕오징어의 머리를 공격하는데, 이때 단번에 물지 못해 사냥 시간이 길어지면 대왕오징어는 운 좋게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기도 한다. 향유고래가 다시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떠오르는 순간을 노리는 것이다.
비록 먹고 먹히는 관계이지만 이 두 거대 생물의 싸움은 매우 거칠다고 한다. 실제로 1965년 소련 포경선의 갑판에서 목격된 대왕오징어와 향유고래의 싸움은 향유고래가 대왕오징어의 촉수에 질식해 죽고, 대왕오징어는 머리가 다 으깨진 채로 향유고래에게 먹히며 무승부로 끝났다.
이처럼 대왕오징어 역시 큰 덩치와 강한 힘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향유고래가 어떻게 해서 비슷한 크기의 대왕오징어를 잡아먹을 수 있는지 궁금하게 생각했다. 향유고래가 순간적으로 강한 초음파를 쏴서 대왕오징어를 마비시켜 잡아먹는다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가설은 아직 증명되지 못했다.
향유고래 피부에 난 빨판 자국들
3. 향유고래의 멸종 위기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위해 수백 년 동안 향유고래를 포획해 왔습니다. 고래기름으로 만든 경랍은 연고나 화장품 등의 원료가 되며, 향유고래의 장 속에서 만들어지는 용연향은 고급 향수의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향유고래는 멸종 위기에 처해졌고, 현재 국제 사회는 상업적인 목적을 위한 고래잡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래에게 추출한 성분이 화장품뿐만 아니라 의약품으로서의 가치도 있다며, 일부 국가에서는 고래잡이의 허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