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사랑 받는 친숙한 절지동물
게는 다리가 열 개인 절지동물이다. 한 쌍의 집게발과 네 쌍의 걷는 다리가 있다. 사진은 뛰어난 맛으로 사랑받는 대게이다.
전 세계에 4,500여종, 우리나라에 183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게는 다리가 열개여서 절지동물 갑각강 중에서 십각목으로 분류된다. 열개의 다리는 기능적으로 한 쌍의 집게발과 네 쌍의 걷는 다리로 나뉜다. 게는 그 종류만큼이나 서식 환경과 외양적 특성이 다양하다. 게들은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해양생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식생을 가지고 있어 바다의 청소부라고도 불린다. 물론 게가 바다생물의 사체만을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게들은 자기보다 작은 게나, 오징어, 문어, 갯지렁이 등을 사냥하기도 한다.
해조류 사이에 몸을 숨긴 게가 죽은 물고기를 포식하기 위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해양 절지동물 갑각류
절지동물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관절과 발이 있다는 뜻의 아스로포다(Arthropoda)에서 유래 되었다. 대략 10만 종 이상으로 전체 동물 종의 4분의 3을 차지하여 동물계의 여러 문(門) 중에서 가장 많은 종을 포함하고 있다. 육상에서 흔히 보는 곤충류, 거미류 등이 이에 속하며 해양생물 중에는 게, 새우류, 따개비, 거북손 등이 포함 된다.
대부분의 해양 절지동물은 키틴이나 탄산칼슘으로 된 갑옷처럼 딱딱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어 갑각류로 분류 된다. 갑각류의 껍데기는 신축성이 없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바깥쪽의 딱딱한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좀 더 큰 껍데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탈피라고 한다. 딱딱한 껍데기로 싸여 있는 갑각류의 몸은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여러 개의 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몸의 구분은 대체로 머리, 가슴, 배로 나뉘는데 고등한 종일수록 머리와 가슴이 합쳐진 구조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수중생활을 하기에 아가미를 가지고 있으며 소형의 동물성 플랑크톤에서부터 대형의 새우, 게에 이르기까지 3만2,000여종이나 된다.
풀게는 우리나라 바닷가 바위나 자갈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바위겟과에 속하는 게이다. 갑각아래에 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암컷이다. 수컷의 집게 다리에는 털이 나 있다.
풀게 수컷. 집게 다리에 털이 나 있어 암컷과 구별이 된다. 뾰족한 배 가운데 모양도 수컷임을 알려준다
게를 익히면 주황색이 되는 이유
살아있는 게나 새우 등 갑각류의 껍데기 속에는 분해되기 어려운 붉은색의 클러스터세올빈과 황색을 띠는 헤파토크롬이 있으며 열이나 산, 알칼리에 분해되기 쉬운 녹청색의 시아노크립탄이라는 세 가지 색소가 들어 있다. 갑각류에 열을 가하면 시아노크립탄이 분해되어 클러스터세올빈으로 변화되는데 이 붉은 색소에 원래부터 들어 있던 황색의 헤파토크롬이 함께 작용하여 전체적인 체색이 주황빛으로 변하게 된다. 물론 열을 가하는 것과 상관 없이 원래부터 붉은 색이 도는 게도 있다. 요리된 게 살의 붉은 색을 보면 게맛살을 연상하기 쉬운데, 게맛살은 명태로 만든다. 그러고 보면 소맛살도 돼지맛살도 닭맛살도 없는데 게맛살이 있는 것을 보면, 게의 맛이 좋긴 한 것 같다.
게요리 한 접시. 게 껍질은 열을 가하면 붉어진다. <출처 : Gettyimage>
게맛살. 명태 등 다른 물고기의 살로 만든 일종의 어묵이다. 붉은색은 식용색소로 낸다. <출처 : (cc) Natto at ja.wikipedia >
친숙한 게들
대게란 이름은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수심 200~400m의 동해 대륙 경사면 바닥에 서식하는데 모래나 자갈층인 곳에서 잡아들이는 대게를 으뜸으로 친다. 대게는 영덕 뿐 아니라 울진, 포항, 울산에서도 잡히지만 흔히 영덕대게로 불리게 된 것은 예전 교통편이 좋지 않을 때 동해안 여러 포구에서 잡은 대게를 전국으로 보내기 위한 집하장이 영덕에 있었기 때문이다.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은 대게는 뛰어난 맛으로 인기가 있다.
사실 대게의 생산량은 영덕군보단 울진군이 더 많다고 한다. 현재 울진군에서는 군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울진대게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게의 크기는 수컷의 갑각 폭이 187mm, 암컷이 113mm에 달한다. 암컷의 경우 모양이 둥그스름하고 크기가 커다란 찐빵만하다고 하여 빵게라 부르기도 한다. 빵게는 알이 꽉 차고 맛이 뛰어나지만 자원 보호를 위해 빵게를 잡는 것은 불법이다.대게 중 살이 꽉 찬 것은 살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 하여 박달게라는 애칭을 가지며 최고의 상품으로 대접 받기도 한다.
길거리나 포장마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게는 대게와는 다른 홍게이다. 홍게는 수심 600~1000m 의 동해 심해에서 많이 잡힌다. 대게의 껍데기가 얇고 황색을 띤다면 홍게는 껍데기가 두껍고 붉은 색을 띠는데다 살이 적은 편이다.
어부들이 잡은 대게를 펴놓았다.
홍게는 껍데기가 두껍고 붉은 색을 띠는데다 살이 적은 편이다.
꽃게 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중요 수산 자원 중 하나이다. 수심 20~30m 깊이의 바닥에 서식하는 꽃게는 긴 다리를 뻗치고 배가 물을 가르듯이 옆 방향으로 빠르게 헤엄치는 능력을 가지고 계절에 따라 적합한 수온을 찾아 서해안을 따라 남북을 오간다. 9~10월 가을에 접어들면서 남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하는 꽃게는 겨울 동안 우리나라 서해안 끝인 소흑산도 이남까지 남하하여 모래 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잔다. 3월이 되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꽃게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이동하고 4~5월이 되면 살이 꽉 차오르는데 이때 꽃게의 상품 가치가 제일 좋다. 여름철 산란기가 되면 꽃게조업을 할 수 없다. 이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어민들 간의 합의이다. 일반적으로 꽃게는 암컷이 수컷보다 선호 된다. 암컷과 수컷의 구별은 게를 뒤집었을 때 배마디가 뾰족한 쪽이 수컷이며 둥근 쪽이 암컷이다.
서해안에는 산란을 위해 꽃게가 연안으로 이동하는 4~5월과 겨울을 나기 위해 남하하는 9~10월 두 차례 성수기가 형성 된다. 봄철에는 잡히는 양은 적지만 맛이 뛰어나 인기가 있으며 가을철은 대량으로 포획되어 포구에 풍성함을 가져다준다. 북한이나 중국 어선들이 남하하는 꽃게를 따라 우리나라 영해로 들어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꽃게를 뒤집었을 때 배 마디가 뾰족한 쪽이 수컷이며, 둥근 쪽이 암컷이다.
꽃게는 다른 게들과 달리 헤엄 칠 수 있다. 네 쌍의 걷는 다리 중 가장 아래쪽에 있는 한 쌍의 다리를 이용한다. 이 다리는 새의 날개처럼 넓적하고 편평하게 생겼다.
참게는 우리 조상들에게 참으로 친숙한 먹을거리였다. 어업 방식이 현대화되기 전 대게나 꽃게는 흔히 맛볼 수 없었지만 민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참게는 그 광범위한 서식 환경과 뛰어난 맛으로 인해 임금님의 수라상에서부터 서민들의 밥상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받았다. 참게는 갑각의 폭이 70mm 정도인데 민물에서 성장한 후 가을이 되면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하구로 이동해 산란하고, 이곳에서 부화된 새끼 참게가 이듬해 봄에 다시 민물로 돌아오는 (생활사)생의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산업 폐수와 연안 매립 등으로 인해 산란장이 파괴되어 거의 자취를 감추기도 했지만 최근 양식에 성공하면서 다시 참게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참게는 갑각의 폭이 70mm 정도인데 민물에서 성장한 후 가을이 되면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하구로 이동해 산란한다.
낙동강 하구에 도요새가 많이 날아들어 도요등이라 이름 붙은 무인도가 있다. 새가 많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작은 갑각류 등 새의 먹잇감이 풍부하다는 이야기이다. 섬에 내려 모래사장에 발을 디디면 일순간 모래사장 전체가 ‘꿈틀’ 움직이는 듯이 보인다. 움직임을 멈추고 모래사장을 지켜보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 작은 엽낭게들이 빼곡히 머리를 내민다. 이때 작은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엽낭게들이 순식간에 구멍 속으로 몸을 숨기는데 이때 수만 마리가 동시에 움직이기에 모래사장 전체가 한차례 꿈틀거리는 듯 보이는 것이다. 엽낭게는 갑각 길이가 약 19mm, 갑각의 너비가 22mm에 불과한 작은 게로 조간대의 모래사장에 깊이 50~70cm의 구멍을 파고 살아간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눈 자루를 자유로이 세웠다 눕혔다 할 수 있다. 엽낭게는 구멍 속에 몸을 숨기고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눈을 세워 밖을 둘러보다가 조금이라도 위협을 발견하면 구멍 속으로 숨어든다. 엽낭게가 모습을 감춘 곳에는 모래 덩어리들이 소복소복 쌓여 있다. 이것은 엽낭게가 모래를 먹은 다음 유기물은 걸러내고 뱉어낸 흔적들이다.
엽낭게는 특이한 눈자루를 가지고 있는데, 이 눈자루를 잠망경처럼 위로 올려서 주변을 살펴볼 수 있다.
엽낭게들이 모래사장을 빼곡히 메운 채 움직이고 있다.
속담에 등장하는 게
게는 우리 민족과 친숙한 편이어서 속담에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하다’라는 속담은 몸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두 개의 눈이 위험을 감지하면 몸속으로 숨어 버리는데 그 동작이 재빠르고 아주 민첩하기에 음식을 단숨에 먹어 치우는 형상을 비유할 때 사용된다. 게는 호흡을 위해 빨아들인 물을 아가미와 연결된 한 쌍의 구멍을 통해 배출시킨다.
아가미 호흡을 하는 게는 땅 위에 장시간 노출되어 숨이 가빠지면 아가미 주위에 거품을 일으킨다. 소위 게거품이다.
아가미 호흡을 하는 게는 땅 위에 장시간 노출되어 숨이 가빠지면 아가미 주위에 거품을 일으킨다. 소위 게거품이다.
자기게
말미잘과 공생하는 자기게는 껍질이 도자기처럼 매끈하여 자기게(磁器, Porcelain crab)라고 이름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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